세상엔 수많은 게임들이 있고 각 게임마다 느껴지는 재미와 즐거움이 다르다.
말이야 '게임'이란 단어 하나로 묶이지만 각각의 게임에서 느껴지는 재미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가령 퍼즐과 FPS에서 느껴지는 재미는 서로 같지 않다. 비쥬얼노벨과 RTS게임의 재미는 서로 다르다.
심지어 같은 장르의 게임임에도 약간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재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때문에 나는 이 게임이 재미있어도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하고, 다른 사람은 이 게임이 재미있다며 내게 권유해도 내게는 그렇게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이처럼 각 게임마다 서로 다른 재미를 갖고 있고, 각자의 취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세상에 있어 어떤 특정한 게임만이 좋거나 혹은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즈음 유독 많은 사람들에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이 있다. 
바로 방치형 게임이다.


방치형 게임이란 자동사냥 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와 성장이 자동으로 가능한 게임을 말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말하기 앞서, 우선 인간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람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끔 되어있다. 매번 포스팅에서마다 종종 말하지만, 이 변화무쌍한 세상속에서 끊임없이 닥쳐오는 자극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게임을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여가생활도 마찬가지다. 그와 같은 활동을 통해 우리는 지루하고 삭막한 삶에 활기를 집어넣는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최대한 에너지를 덜 쓰도록 설계되었다. 
앞으로 언제 어느때 어떤일이 닥칠지 모르는데 지금 이 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귀찮은 일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같은 상황아래서라면 더 편리하고 더 쉬운 길을 찾고자 한다. 
이러한 본능 덕분에 인류는 그동안 수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다. 세상의 수많은 발명품들과 아이디어는 이러한, 기왕이면 더 쉽고 더 편리한 것을 찾고자 하는 본능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부지런부지런해야 좋다고 말하지만, 사실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들에게도 장점이 있으니,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든 귀찮은 걸 피하려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생각지 못한 기발한 것들을 종종 떠올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하면서 치트나 핵을 쓰고 싶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최소비용 최대효과. 가성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상황 아래서 쓸데없이 많은 자원을 소모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본능은 게임의 재미와 한편으로 상충되기도 한다.
치트나 핵을 써서 게임을 클리어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게임의 재미는 적당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그를 성취하는데에 있다. 


게임의 재미는 적당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그를 성취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사회에선 우리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바쁜 일정 속에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분노를 느끼는 것도,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도 신체에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집에 와서 게임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해도, 특정 게임들은 장르에 따라 도리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적당한 어려움을 이긴다는 건 곧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
게임을 하는 것도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를 즐길만한 신체적ㆍ정신적 여유가 없으면 게임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여유가 있다 해도 바쁜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그럴만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대체해줄 만한 것들을 종종 찾는다.
게임 동영상을 보고, 카페에 들어가고, 게임 관련 기사를 읽는다. 게임이 아니라 '게임콘텐츠'를 소모하는 것이다.
물론 여유가 있을 때엔 직접 게임을 즐기지만, 그렇지 못할 다른 때에는 그러한 콘텐츠들을 소모하며 마음을 대신 채우는 것이다.

헌데 게임에 따라선 크게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엔 역사가 오래된 물건이 있는데, 아마 8090세대라면 학창시절 많이 보았을 추억의 장난감이다. 


바로 다마고치다.
항상 들여다보고 있지 않아도, 계속 누르지 않아도, 시시때때로 접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는 게임하는 재미를 느끼고는 한다.
다마고치는 그저 보기만 하는 동영상과는 다르다. 내가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시간과 장소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작고 가벼운 크기라 언제 어디서든 들고다닐 수 있다. 조금 유식한 말로 접근성이 좋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와 이처럼 접근성이 좋은 물건이 또 하나 생겼으니, 바로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이 들고 계시는 스마트폰이다.
그 성능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현대사회는 그야말로 누구나 1명씩은 컴퓨터를 갖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다.
꼭 집에 가서 pc앞 의자에 앉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을 하는데 있어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는 말은, 바꿔 말해서 언제 어디서든 그만둘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점심시간 동안, 화장실 안(그러나 응x하면서 보는 건 장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잠깐의 휴식시간 처럼, 지루함과 심심함을 싫어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은 잠깐잠깐 동안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다.
허나 꼭 잠깐잠깐의 시간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게임, 그 중 방치형 게임들은,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게임이 지속되고 있다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자고 일어나서, 혹은 수업시간, 근무시간이 끝난 후, 어떤 결과가 나와있나를 보는 재미. 계속 붙들고 입력하고 있지 않아도 내가 하고있는 그 무언가가 성장하는 재미.
그러나 기존의 게임 방식들, 가령 MMORPG같은 것들은 스마트폰이란 기기의 특성에 적절치 않다. 가령 한창 전투중에 접속을 끊어버리면(혹은 전화라도 오면) 그대로 적에게 목숨을 잃는 것이다. (이를 조금 유식하게, 연속성이 떨어진다 하겠다)
뿐만 아니라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조작하는 것도 보는 것도 콘솔이나 pc에 비해 불편하다.
그렇기에 자동전투는 한편으로 필연적일수밖에 없다. 귀찮은 것을 피하는 인간의 본능에도 부합하지만 스마트폰이란 기기가 갖는 특성 때문에도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방치형 게임들은 그 근본이 다마고치와 유사한 점이 많다. 
사실 다른 많은 게임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근본을 파헤치고 파헤치다 보면 실상 원초적인 모습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x라는 값을 입력하면 y라는 값을 보여주어라. z라는 값을 입력하면 랜덤으로 x를 주어라.
이같은 명령에 화려한 그래픽을 입히고 소리를 입히고 구성을 재미나게 꾸미는 것이다.
가령 x버튼을 눌렀을 때 "적을 공격합니다"라는 단순한 문구가 출력되는 것보다 예쁘고 섹시한 캐릭터가 나와 경쾌한 소리와 함께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출력되는 쪽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게임은 이같은 기본 명령에 어떻게 색을 칠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RPG를 입히느냐, SF를 입히느냐. 혹은 어떤 구성이냐에 따라 RTS가 될수도 있고 턴제게임이 될수도 있다.
방치형 게임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방치형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육성경영시뮬레이션이 될 수도 있다.
어떠한 값을 입력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특정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방치형 게임에서 느껴지는 재미는 타이쿤 게임에서 느껴지는 재미와 서로 유사하다.

 
값을 입력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특정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방치형 게임에서 느껴지는 재미와 타이쿤, 육성경영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서로 유사하다.


제작자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재미에 따라 게임을 만든다.  
그리고 이용자는 각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게임을 고르고 즐긴다. 
따라서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을 좋아하고 주어진 과제의 어려움을 해결하며 얻는 성취감을 즐기는 이용자라면 방치형 게임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반면 게임을 즐길만한 시공간적ㆍ정신적신체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야만 하는 게임들을 즐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글을 보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슴 속 한편에서 어쩐지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분이 있으시리라 생각된다.
방치형 게임이 근래에 유독 눈총을 받는 건, 이러한 게임의 특성과 비뚤어진 자본주의가 만나 비정상적인 양산형 게임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방치형 게임을 즐기는, 게임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는 사람이란 건 보통 곧 한창 사회활동중인 사람이란 걸 뜻한다. 한창 사회활동 중인 사람이란 건 한창 경제활동 중에 있는 사람이란 말이며, 이는 곧 구매력이 있는 고객층이란 걸 뜻한다. 그리고 현재 구매력 있는 고객층은 대략 30대~40대 정도로 잡을 수 있다.
비뚤어진 자본주의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노린다.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취향과 향수를 노려서, 그를 이용해 게임을 양산하고 게임 곳곳을 온갖 과금 시스템으로 도배한다.


그래서 눈총받는 방치형 게임들은 일단 RPG다. 이 고객층의 향수 속의 게임들, 즉 90년, 00년대 게임들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모바일 게임들은 과거 온라인 RPG 게임들의 IP를 따오는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한 게임들은 하나같이 자동사냥이다.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컴퓨터가 게임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자동사냥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문제는 그러한 게임들 중 상당수가 자동사냥'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데에 있다.
그런 와중에 과금 유도는 엄청나다. 말이 무료게임이지 실상은 유료게임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금 유도의 핵심은 사행성이다. 극악한 확률의 랜덤박스와 사악한 확률의 강화로 이용자의 지갑을 날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렇다고 게임의 질이 우수한 것도 아니다. 나오는 것마다 다 비슷비슷하다. 말그대로 양산형이다. 

운영도 엉망이다. 어차피 BM(비즈니스모델)이 게임초반에 잡혀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게임 출시후 어느정도 돈을 뽑았다 싶으면 서비스 종료하고 그동안 번 돈으로 다시 새 게임을 만들어 또다시 주 타겟의 지갑을 노리는)
그래서 게임의 재미따위는 잊혀진지 오래다. 그저 과거 성공한 BM만을 답습하고, 게임의 장르나 재미와는 상관없이 그저 BM에 맞추어 게임을 출시하려 할 뿐이다.
때문에 개발자들의 개발일정에 맞추려 하지 않고 촉박한 BM일정에 개발자들을 억지로 갈아넣다보니, 출시 첫날부터 온갖 버그가 넘쳐나는 황당한 게임들도 나오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게임들 중 몇은 연령제한도 없어 청소년들도 사행성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와중에 그런 게임을 왜 하냐며 그 이용자만 탓하는 건 결코 옳은 현상이라 할 수 없다.
물론 이용하는 이가 있어 그와 같은 게임들이 계속 나오게 되는 데 한 몫 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앞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불량식품을 먹는 사람들만 탓한다고 불량식품이 근절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적절한 예가 될까 싶으나... 담배를 예로 들면 몹시 예민한 문제가 되긴 할텐데... 무조건 흡연자만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라고 살포시 의문을 던지고 싶다...)


물론 모든 게임사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방치형임에도 이용자에게 얼마든지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임들도 많다.
문제는 이런 게임들의 수요층의 주머니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몇 게임사들에게 있으며,
이들로 인해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비뚤어진 게임이 나오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을 짚을 수 있겠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분명한 건, 어느 한쪽만을 탓한다고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진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분명 방치형 게임들은 그 게임만의 특성과 재미가 있으며, 그에 부합하는 수요층 또한 존재한다.
다만 일부 비뚤어진 게임사들로 인해 그 수요층까지 함께 저울에 올라가는 일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성숙한 문화는 그 안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게임도 그러했음 좋겠다. 다른 많은 게임들도 그렇듯, 방치형 게임들도 하나의 장르로써 어엿이 자리잡고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http://naver.me/FDZPNQ4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