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획은 누구나 해야 한다.

게임기획 관련 이야기 2018. 5. 3. 12:21

기획자들 끼리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일종의 기획자 우월론? 같은 느낌도 들게 하는 이말


'기획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이 말을 오랫동안 신봉해왔고, 기획자로서의 자부심을 갖는 문구로서 기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요즘 하는 생각은 다르다.


'기획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또한 누구나 해야 한다.'


이는 건강한 개발팀을 위한 말이며, 나름의 게임 개발을 하면서 새로 생긴 생각이다.

또한 기획자에 대한 태도도 몇 가지 바뀌었다.


기획자가 반드시 아이디어 뱅크일 필요는 없다.

물론 기획자가 아이디어 뱅크여도 좋다. 하지만 아니라도 상관없다.

기획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잘 취합하고, 발전 시키는 역할을 잘 하는 이여도 좋다.

오히려 이 편이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팀으로서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기획자의 롤을 반드시 기획자가 수행하지 않아도 좋다.

일반적으로 기획자가 모든 기획을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만 아닐 경우도 존재한다.

필요하다면(이미 하고 있는 곳도 있고) QA나 운영에서 연간 이벤트 기획을 하고, 개발적으로 제어 안되는 부분만 케어해도 괜찮다. 자사의 게임을 가장 많이 해본 프로그래머가 보스의 패턴 설계를 해서 적용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많이 아는 것과 적용할 때 리스크를 줄이는 일이다.

만약 조직에서 이러한 것들을 허용할 수 있다면, 내지는 프로세스화 하여 누구나 기획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면, 이 또한 뜻깊은 일이며, 다양한 구성원들이 아이디어 수준이 아닌 기획적인 접근으로 만드는 게임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것이 건강한 게임 개발일 수도 있다.


* 기획자와 함께, 또는 기획자 없이 컨텐츠를 만들어도 괜찮다.

이 부분은 명확한 방향성이 있다는 전제를 두고 말하겠다.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을 숙지한 상태에서 더 좋은 재미를 위해 R&D 방식으로 컨텐츠를 제작해도 괜찮다. 일종의 전장 모드를 만들어 본다거나, 몬스터가 떼로 나오는 수호 모드를 만들어 본다거나, 어쩌면 기획 없이 프로그램+아트의 협업으로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의 예를 들어봤다.

위에 예들이 필자가 생각하는 누구나 기획을 할 수 있다는 예이다.

더불어 프로세스가 잘 갖춰진다면, 재미있는 형태의 기획과 컨텐츠를 더 많은 이해를 하는 개발자에 의해 만들어 질 기회이기도 하다.


기획자 스스로 '아무리 저렇게 말해도 기획자는 꼭 필요해'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면 누구나 기획을 할 수 있는, 아니 필자의 주장대로라면 누구나 기획을 해야 건강한 개발팀이 되는 이 현실에서

기획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첫째. 우리는 등대가 되어야 한다.

흔히 게임의 전체 개발 방향성은 PD가 정하고(어쩌면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이 정하고; ) 기획에 대한 방향성은 기획팀장이 정한다고 생각한다. 큰 방향에서는 맞지만, 정답은 아니다.

기획에 대한 방향성, 각 컨텐츠와 시스템에 대한 방향성은 기획자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개발방향과 기획 방향은 일종의 마일스톤이다. 서울에서 부산 까지 간다!와 같은 명시적 과정과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획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방법론을 다채롭게, 효율적으로, 즐겁게, 맛있게 라는 각종 수식어로 채워줄 수 있다. 개발방향이 큰 등대로 작은 배들을 끌어주는 것이라면, 기획자의 역할은 배에 달린 헤드라이트, 또는 작은 등대가 되어 개발 곳곳에 컨텐츠와 시스템을 이끌어야 한다.   


둘째, 우리는 조화(harmony)를 만들어 내야 한다.

만약 다양한 곳에서 기획, 또는 그 결과물이 만들어 졌다고 해보자.

기획자는 각각의 컨텐츠를 게임이라는 하나의 틀에서 묶어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게임의 방향성과 통일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즉 눈,코,입은 이쁜데 배치가 이상하여 얼굴모양이 이상하게 나오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며, 조화롭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조화롭지 않은 부분을 검증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셋째, 우리는 열려 있어야 한다.

아 이제 기획의 시대는 끝났어. 라고 자괴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기획자 비중이 줄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에서 배워야 하고 수용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10년전 무시하던 중국게임들의 약진을 보라, 이제는 컨텐츠, 시스템, 기술, 기획, 아트 ... 그 어떤 영역을 보더라도

우리가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좋은 아이디어를 판별할 수 있는 안목

다양한 아이디어를 취합하는 능력

취합된 아이디어를 더 좋은 안건으로 접목할 수 있는 능력

이렇게 접목된 기획을 보다 효율적으로 또는 재미있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

이 시대에 기획자들에게 이런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획자란 생각에 대해 구체화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인터넷이 아무리 발전해도 특정 분야의 능력자나 권위자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검색으로 모든 정보를 얻는다고 해도, 그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과 어떤 시점에서 사용해야 해야 효과 적인가? 라는 부분은

결국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기획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기획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그 기획을 검증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전문가가 되도록 하자.

어쩌면 이 것이 기획자의 미래이며, 여명(黎明) 이다.​



출처 : https://blog.naver.com/gamediz/221266027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