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gump님의 에오스 개발 후기

게임기획 관련 이야기 2018. 4. 19. 14:10

에오스 개발 후기를 완성 했습니다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고만족 스러운 부분도 있던 내 둘째 새끼와 같은 프로젝트의 후기를 쓰면서조금 더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삼킨 부분도 있고이건 좀 민감한 부분이 아닐까라고걱정했던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 내 손을 떠났지만에오스는 평생 기억될 거 같습니다.

글이 길기 때문에 목차는 아래 링크를 통해 따로 확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에오스 온라인 포스트모텀

작성자 : 안진용, (엔비어스 에오스 프로젝트’ 기획팀장


본 포스트모템은 ㈜엔비어스 2016 4(미스터블루 매각 전&에오스재런칭 버전 이전시점을 기준으로기획팀장의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는 2010 111일에 개발 인원 18명 수준일 때 합류했으며에오스 프로젝트에 컨텐츠 파트장으로 합류하여, 2011 10월부터 기획팀장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에오스는 엔비어스에서 만든 첫 번째 MMORPG로 ‘EOS : Echo Of Soul’라는 이름은 기획팀 내부 회의 때 결정되었다소울이라는 시스템이 에오스의 핵심 시스템이였던 만큼 이름에 포함되어야 했고팀원 중 한명인 K님이 외친 영혼의 울림(에코 오브 소울)’ 이라는 단어에 모두 찬성하면서 이름이 결정되었다.


그림 1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검색엔진에서 캐논 EOS와 늘 경쟁해야 했다.


에오스의 초기 모토는 많은 사람들이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로 초기 개발자 중 다수가 리지니핵심멤버였던 만큼 MMORPG의 노하우를 잘 살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초기 타겟층은 10대였으나구매력과 아트적인 매력 부분에서 20~30대를 타겟으로 잡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수용하여 20대 이후로 타겟을 맞추고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그림 2타겟층이 바뀌면서 아트도 4등신, 6등신, 8등신 형태로 변화했다.


에오스는 한국중국일본북미/유럽싱가폴태국 서비스를 진행했으며 한국일본과 북미/유럽을 제외하면 소위 대박 게임이라고 불릴 만큼 성공하지는 않았지만다양한 컨텐츠와 박진감 있는 액션공격대 플레이를 지원하는 던전방대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매력적으로 잘 만든 게임으로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개발사 : 엔비어스

퍼블리셔 : NHN 게임즈/NHN 블랙픽(한국), 창유(중국), 한게임JP(일본), 아에리아(북미/유럽), 플레이원(싱가폴/태국)

출시일 : 클로즈 베타 : 2012 11 30 ~ 12 13 / 오픈 베타 : 2013 9 11

출시 플랫폼 : PC 온라인

개발 엔진 : 언리얼2.5 ver(2.0ver 개량)

개발 기간 :  4

개발팀 규모 : 오픈시 약 80(관리 인원 제외)


잘된 점

사내문화

에오스 개발팀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전투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치열하게 논쟁하고 죽어라 싸웠지만금새 웃고 떠들 수 있는 분위기랄까이 분위기는 긴장감과 편안함이 공존했기에 개발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스타트업이라 부족함이 많은 회사였지만워크샵회식야식비 지원 같은 팀워크와 사기를 높이는 부분에서 아낌없이 투자하여 몸도 마음도 배고프게 일하지 않는 점이 좋았다당시 방배역 먹자골목 근처에 회사가 있었기 때문에 먹을 것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기도 했다참 별 것 아닐 수 있지만이런 기본 적인 욕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가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그림 3개발 초기에 팀웍과 방향 공유를 위해 자주 워크샵을 진행했다.

만들고자 하는 게임 플레이가 WOW와 유사하고던전에 특화된 게임을 만들고자 했기에 개발 시간을 쪼개서 WOW의 20인 공격대 던전을 플레이하고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공략과 함께 의도 설명을 해주곤 했다대표님과 PD님을 포함한 20명이 저녁 먹고 회사에서 하는 게임 플레이는 종종 떠올릴 때 마다 미소를 짓게 한다.


그림 4개발자들의 부족한 스펙과 컨트롤을 비웃듯 항상 우리를 괴롭혔던 망할 불새 녀석.


개발 방향

에오스 개발팀에는 모두까기인형’ 이라고 불리는 PD님이 있었다.

한 성격 하셔서 꽤 무섭기도 했고중요 제안을 할 때 마다 이 벽을 어떻게 넘어야 고민도 참 많이 해야 했다하지만 이 분의 모두까기 스킬이 죽을 만큼 괴롭지는 않았던 건납득하지 못하면 대표님에게도 모두까기 스킬을 시전할 만큼 참으로 공평했다는 것이 부분은 참 많은 위안이 되었다이러한 성향 덕에 정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 개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장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절대자의 강림으로 어려울 만한 결정도 시원하게 결정되었고방향이 일원화 되었기에 개발 속도도 꽤 빨랐다프로그래머 출신이시라논리적 설득만 된다면 잘 납득도 하는 편이였다.


물론 이 논리적 설득에 수 많은 개발자들이 좌절하기도 했지만상처 입은 약자들끼리 절대자를 안주 삼아 똘똘 뭉치는 긍정적인 효과 또한 존재했다.

 그림 5한 명이라도 여포를 이기긴 진심 너무 힘들었다. (진삼국무쌍 스크린샷)


기획에서는 초기 컨텐츠 설계와 구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이 방향성을 에오스에 오롯이 반영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초기부터 전체 구조에 대한 마인드 맵을 제작하여 공유하고개발 방향을 최대한 공유하고자 했다.


다만 늘 그렇듯 기획팀장의 위치는 바쁘고공유라는 것은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오해를 만들어 내기 마련이라이 오해에서 비롯된 오류를 바로 잡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림 6에오스 설계에 토대가 되었던 컨텐츠 마인드 맵


개발 문화

에오스 개발팀은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즐비했다.


리니지개발팀 출신의 프로그래머들이 많았고특히 서버프로그램은 항상 5명 이상의 팀장급(실제 대부분 다른 곳에서 팀장 역할을 수행했던인원을 유지했다.


기획과 아트도 MMORPG를 충분히 겪은 경험 많은 인원들이 잘 배치되어 있어서 실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부하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고경험 많은 프로그램팀은 다소 까칠한 단점은 있었으나요구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며프로젝트의 안정성을 가져왔다.


(사실 당연한 일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메일을 통한 업무 협조와 문서화를 추구했고팀간파트간 업무 공유에 대해 리더들도 꾸준히 독려했고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때 마다바로 바로 해결하는데 중점을 둠으로 서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을 막고리스크를 최소화 하는데 주력했다.


본인도 강박에 가까울 만큼 기획서를 중요시 하는 타입이기에기획서 완성은 물론 공유와 갱신 부분을 끊임 없이 관리했다.


다만 프로젝트의 규모가 큰 만큼 기획서를 갱신하는 것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때로는 기획서의 내용과 구현 내용이 다르지만당장 개발할 것들에 밀려서 기획서가 뒷전이 되는 상황을 인지 하면서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때 조금 힘들더라도더 많은 압박과 회유로 기획서에 대한 동기화를 좀 더 철저히 했더라면에오스 서비스 이후에 생겼던 일부 문제들은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늦은 후회를 해본다.


그림 7나름 철저히 했으나늘 힘들었던 기획서 내용 갱신


구성원 간의 지식에 대한 공유도 활발히 이루어졌고때로는 노하우의 전달도 아낌이 없었기에 개발자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성장해갔고이러한 성장은 곧 에오스 온라인 개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림 8강연 및 세미나를 청강한 후에는 배운 지식을 공유했다.


당시 던전 파트장은 신규 인원의 교육과 업무 체계의 효율화를 위해프로젝트에서 가장 바쁜 기획자 였음 에도 노하우를 기록하고 공유 하는 등오픈 마인드를 가진 다수의 개발자가 있어서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함께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그림 9던전 파트장이 공유한 던전 제작 방식의 변화와 발전 비전

그림 10공격대 크란헤임 포스트모텀

핵심 소재

에오스는 소울시스템과 큐브 시스템이라는 두 가지의 핵심 소재를 가지고 있었다.


에오스에서 소울은 세계를 이루는 요소이며설정상으로는 신과 거인의 전쟁 중 이미르라는 거인의 타락한 피가 세상을 오염시키면서 생명체들이 오염되고유저(아르카나)는 오염된 생물체를 처치하여혼돈의 소울을 얻은 후에 정화 시켜서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목적을 가진다.


에오스의 세계관에서 소울이 매우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에 가장 중요한 행위인 전투(소울의 획득)와 커뮤니케이션(소울 상호 정화=다른 유저와 소울을 정화강화 측면에서 세계관과 연결된 당위성을 부여하고 핵심소재로 인해 파생된 시나리오와 시스템이 게임 전반을 주도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 이였다고 생각한다.


그림 11소울은 초기에는 다양한 감정을 담으려고 했으나단순화 하여 희망용기순수평안만 사용했다.


에오스의 소울은 심리학의 감정 이론(이론의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으며구글링으로도 검색 실패)을 기반으로 다양한 감정을 MMORPG 개발에 접목하려는 시도였다.


에오스의 소울이 세계관과 맞물려 게임의 당위성을 부여했다면큐브 시스템은 맵 제작 측면에서 리소스 재활용의 극대화를 목표로 했다.


에오스의 맵은 크게 3가지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는데, mmorpg의 느낌을 살려주며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을 담당하는 큰 규모의 지역인 와이드 존(1km), 특별한 스토리나 플레이가 진행되는 중간 규모의 지역인 스페셜 큐브(200 ~ 500m), 각 지역을 연결하고던전 등에서 자주 사용된 작은 규모의 지역인 통로 큐브(100m) 형태로 맵이 설계되었고큐브 시스템은 협소한 통로로 주로 사용되는 통로 큐브의 재활용을 위해 설계되었다.


그림 12맵을 제작하여쪼개서 붙이는 형태로 맵을 구성했다.


이런 형태로 5가지의 주제(동굴협곡유적설원)로 통로 큐브를 구성하여 적절한 분위기를 구성할 수 있었지만이름대로 통로들에 대부분 사용되다 보니 개발자 눈에도 재활용이 너무 티나고 지루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베리에이션 이였다.

베리에이션은 아트팀과 협의하여 두 가지의 큰 틀을 지정했다.

맵에 직접적인 변형을 가하는 A타입 베리와 포그라이트스카이박스 등만 변경하는 B타입 베리로 나누고 개발 여력에 따라 추가로 A타입과 B타입의 베리에이션을 만들었다.

실제 각 주제별로 몇 개씩 만들어보니 재활용인 것이 티가 나긴 하지만분위기가 꽤 다르게 나와서 보다 덜 지루하게 맵을 구성할 수 있었다.


* A타입 : 물리적인 지형 복사본으로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꾸는데 중점을 둔 베리에이션

* B타입 : 클라이언트에서 수치값 조정으로 가능한 범위의 베리에이션


그림 13초기 맵 베리에이션 프로토타입


통로 큐브는 좁기도 하고지날 때 마다 로딩을 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제 서비스 시에는 필드에서는 MMORPG 느낌이 덜 나기에 비중을 조금 줄였고던전과 같이 로딩을 했을 때 하나의 지역을 클리어 하는 느낌이 드는 곳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에오스는 시즌2로 넘어가면서 스토리텔링의 중심이 되는 일부 지역과 던전을 제외하고필드에서는 통로 큐브를 사용하지 않았고시즌2는 스토리 완성과 전달 측면에서 시즌1에 비해 훨씬 뛰어났다시즌1은 개발적 여력이 안되기도 했지만그 때부터 와이드 존을 더 많이 만들고 통로 큐브를 특화해서 사용했다면좀 더 좋은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컨텐츠

나는 밸런스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준이 시간이 되든대미지가 되든하나의 확고한 기준이 생기면 그 기준을 길라잡이 삼아 테이블을 만들어 밸런스의 중심이 되게 만든다.

컨텐츠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이라고 생각하며에오스 초기에는 기준 정립에 가장 많은 힘을 쏟았다.


먼저 플레이 시나리오를 잡았고,

아이템의 구조를 정하는 일

몬스터의 분류를 만드는 일

던전의 타입을 정의하고그 타입에 맞게 기본 플레이 타임을 결정하는 일

퀘스트의 동선 규칙을 정하고 유저의 동선을 결정하는 일

이러한 기준과 정의들을 기반으로 컨텐츠를 제작할 때 가이드 라인을 제작했다

.

그림 14 플레이 시나리오를 통해 유저의 행동을 유도하고임펙트 없는 부분을 보강했다.


그림 15 모든 컨텐츠는 가이드를 기반으로 제작하는 것이 원칙(물론 다 원칙대로 되진 않았다…)


에오스 개발팀에서 정말 만들고자 하는 게임은 WOW 였으나우리는 모두 그 만한 역량이 안 된다는 점은 철저히 인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이너한 와우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전투와 던전 만큼은 와우 못지 않게 만들어보자!” 라는 포부가 있었고리소스도 전투와 던전 쪽을 최우선으로 배분했다.


상대적으로 컨텐츠 파트는 적은 리소스로 많은 양을 커버해야 했고필자가 컨텐츠 강세인 팀장이다 보니더 많은 요구 사항을 말할 수 밖에 없었다돌이켜 생각해보면 싫은 이야기도 많이 했고압박도 많이 했으며또한 위로부터의 퀄리티와 양에 대한 압박도 많이 받았다.

나부터가 초보 팀장이다 보니그 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우산이 되어주지 못했기에 생각할 수록 후회가 많이 남는다.


에오스의 컨텐츠는 던전전투에 비해서도 충분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오픈 당시 2000여개의 퀘스트를 가지고 있었고, 100여종의 몬스터를 만들어내고, 6개의 대지역과 수십 개의 작은 지역들을 설정하고퀘스트로 연결하고 당위성을 부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유저들에게도 좋은 평을 많이 받았다.


다만 우리가 비교 당했던 건 항상 WOW였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라는 이름부터 오만한 이 위대한 게임과 우리는 비교 당했다몇 명 안 되는 인원으로는 블리자드의 핵심 개발자도 이 기간에 이렇게는 못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에오스의 컨텐츠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그 가치와 그들의 노고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한 무능한 팀장과 WOW의 눈높이로 보며 만족하지 못했던 이들도 있었을 뿐이다.


아쉬웠던 점

핵심인력 이탈

필자가 입사하기 몇 달 전에 에오스는 아트 디렉터가 퇴사한 상태였다.


아트는 하나의 작업이 모든 다른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보니대표자 한 명과 큰 틀에서의 정의를 하면 금세 해결될 문제도아트 각 파트의 대표를 모아 협의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고이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지불했다.


이 시기에 만들어졌던대도시는 최초 요구보다 2배 큰 길이(4배 큰 넓이)로 만들어져서이 도시는 정말 아름다웠지만도시의 동선을 짜고 컨텐츠를 연계하기 너무 힘들었고공간 활용도 쉽지 않았다이 시기에 제작된 모트롤(과 친구들)은 중세 환타지풍의 에오스에 이계의 느낌을 물씬 뿜어줘서 시나리오 라이터의 뒷목을 잡게 했으며이 녀석은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 어디 놔도 어색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림 16 크고 아름다운 이그네아


그림 17 모트롤과 친구들(모트롤브라블린바운드)


*화염 지대에 불 몬스터를 배치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지만만약 얼음 몬스터를 배치해야 한다면그에 따른 시나리오와 설정을 잘 짜줘야 어색하지 않다모트롤과 친구들이 딱 그랬다항상 예외적인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했다.


필자가 입사하고 6개월 후에 기획팀장이 팀에서 이탈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끈끈하게 묶여 있었던 기획팀은 일대 혼란이 생겼고, PD님이 기획팀장을 겸임하면서 혼란을 수습하기 까지 몇 개월 동안 기획팀의 업무 생산성은 물론프로젝트 전체의 업무 생산성이 다소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이 때부터 기획팀의 파워가 많이 약해졌고기획서를 협의하기 위해 드는 시간과 노력이 증가하고기획팀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났고비전을 의심하는 몇몇은 회사를 이탈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초기 에오스 팀에는 천재라고 불리는 두 명의 개발자가 있었고그 중 한 명은 원화가였다.

열정은 가득하나팀웍에는 지나치게 특화되지 않은 이 분은 실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으나근태 문제와 개발 대응 등으로 구설수에 자주 올랐고결국에는 퇴사를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의 그림을 참 좋아했기에핵심 캐릭터 몇 종을 이분이 마무리 했더라면 에오스의 완성도가 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그림 18 에오스 오픈 당시 4개의 캐릭터(로그소서리스워리어가디언)


컨텐츠 지속력

최소 6개월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컨텐츠를 준비하고 서비스를 시작했으나대부분의MMORPG가 그렇듯 유저들의 컨텐츠 소비 속도는 어마무시했고밸런스에서 예측한 속도를 가뿐히 무시했기에 항상 새로운 업데이트에 대한 압박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에오스가 만렙형 게임(WOW처럼 특정 레벨 이후에 레벨 성장이 아닌 아이템 성장만을 하는 게임)이다 보니신규 업데이트는 주로 던전/장비 아이템 위주였고새로운 던전은 하나를 만드는데 작은 스펙도 2~3개월씩 걸리다 보니 유저의 성장 속도에 맞춰서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전장과 투기장이라 불리는 PVP 컨텐츠도 존재했지만, PVE 유저가 약 70% 되는 상황이였기에 PVP 반복 컨텐츠 만으로 유저가 만족하지 못하고 서비스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이탈하는 형태가 되었다.

컨텐츠의 양은 꽤 확보했지만, PVP PVE에서 END 컨텐츠인 투기장과 공격대 던전을 마스터하면 할게 없는 구조라는 점이 꽤 치명적이었다고 생각하며좀 더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여 지속형 컨텐츠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를 들어 아이템 성장이나아이온의 어비스 같은 랠름 단위의 PVP 형태의 컨텐츠가 있었다면 컨텐츠의 지속을 좀 더 수월히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


그림 19 복수의 투기장()과 알타나 동부폐허 영웅(아래)


게임 서비스

에오스는 필자의 이전 게임인 실크로드 온라인에 비하면초기부터 데이터 마이닝을 통한 통계 분석을 했고서비스에도 나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편이였다.


다만 데이터를 분석하고그 결과를 통해 컨텐츠와 연결되는 과정은 인적시간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했고그 결과는 보다 섬세하게 유저의 니즈를 파악하는 부분은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게임 서비스 적으로 몇 번의 아쉬운 포인트가 있었으며그 첫 번째는 공격대 등장 타이밍이었다두 번째 공격대인 크란헤임 이후세 번째 공격대인 암흑성채가 들어가기 전까지의 텀이 길어서 공격대에서 장비를 완료한 유저들이 할 거리가 없어서 다수 이탈했으며이러한 부분을 이탈 이후에 알게 되었다이 계기를 통해공격대 서비스 이후 유저의 아이템 레벨과 보석의 강화 정도를 보다 정교하게 체크하여 컨트롤 하게 된다.

 

두 번째는 보석에 관한 서비스 적 대처였다.

시즌중반에 진행된 보석 강화 이벤트는 보석 강화 확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각종 컨텐츠를 통한 보상으로 +4짜리 보석을 대량으로 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에오스의 보석 강화는 +12레벨이 최고 단계였고유저 중 극 소수만 +11레벨의 보석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나보석 강화 이벤트를 통해 보석이 다량으로 풀리면서 조금만 열심히 해도 +9, +10강 보석을 다수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고이는 기존에 많은 골드와 소울잼(캐쉬)를 쓰면서 보석을 강화했던 기득권 유저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이 과정을 통해 일부 유저가 게임을 이탈한 것도 아쉽지만이벤트를 하기 전에는 웬만하면 돈을 쓰지 말자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서비스와 운영에 대한 불만도 더욱 쌓이게 되었다.


이렇게 보석에 대한 유저의 불만이 가득 쌓여 있을 때 에오스는 시즌2를 통해 영롱한 보석이라는 상위 보석을 내놓았고기존 보석에 대한 보상책이 있었음에도 보석 가치 하락에 대한 유저의 불만이 극에 달하게 되었다.


그림 20 에오스 시즌2로 넘어가면서 일반 보석을 영롱한 보석으로 이벤트를 통해 차등 교환했다.


*에오스 재런칭 버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기존 하급 – 일반 – 상급으로 이어지는 형태를 탈피하여 +1 ~ +24강으로 보석을 개편하였으나본 포스트포텀은 에오스 재런칭 이전을 다루기 때문에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게임 퍼블리싱도 아쉬운 부분이 다소 있었다.

퍼블리셔의 PM들이 온라인 RPG게임에 대한 경험보다는여성향 게임소셜게임웹게임 등을 주로 서비스 했던 분들로 구성되다 보니보다 남성적이고 경쟁지향적인 MMORPG의 코드를 잘 읽어내지 못하는 이벤트나 캐쉬 구성 등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고이를 설득하고 협업 하는 과정에 늘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개발자의 게임 플레이

엔비어스는 에오스 오픈 때부터 개발자 길드를 만들어서 함께 플레이 하는 것을 지향했으나게임이 서비스 되고 다소 바쁜 일정으로 진행되다 보니다수의 개발자는 게임 플레이를 거의 진행하지 않고개발을 하게 되는 형태가 반복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게임 플레이를 하지 않는 개발자들의 에오스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이어졌고각종 결과물들의 퀄리티 하락으로 이어졌다.

에오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획아트 리소스 등이 나올 때 마다 수정하는 추가의 시간이 필요했으며에오스의 개발자에게 에오스의 시스템과 컨텐츠를 설명해야만 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했으며회의 때 마다 게임의 컨텐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의견들이 범람했다.


물론 프로젝트에 대한 업무가 적지 않았고개개인의 자유시간과 퇴근 후 시간까지 게임 플레이를 하는 것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일부 개발자들이 점심시간엔 LOL을 하고잠시 쉴 때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에오스를 플레이 할 시간이 없다'라고 할 때에는 울컥 하는 심정이 되곤 했다.


다소 아쉽긴 하지만개개인의 열정만으로 이러한 부분을 커버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회사 차원에서 업무 시간 중에 에오스를 플레이 하는 시간을 할당하거나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으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프로젝트 규모 축소와 서비스 종료

에오스 온라인은 서비스 오픈 하고 1년 후에 시즌2를 업데이트하고대규모로 컨텐츠시스템 등을 추가하여 제2의 부흥을 노리지만시즌업데이트 이후 잠시 올랐던 동시접속자 수를 꾸준히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회사는 에오스 온라인팀의 인원을 대폭 줄이고신규 프로젝트 몇 개를 시작하게 된다.


이 때부터 에오스 온라인의 패치 속도는 늦어지고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퀄리티가 하락되었다회사의 유일한 캐쉬 카우였던 에오스 온라인이 삐걱대면서 많은 우려가 있었고그 와중에 퍼블리셔인 블랙픽에서 야구 9단으로 사고를 친 사건이 일어나면서 에오스가 엄한 불똥에 맞아서 한국에서의 2년 조금 넘게 지속되던 서비스가 종료된다.


개발팀에서는 적은 인원을 쪼개서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야심차게 시즌3를 준비중인 상황이었기에 많은 상처를 받았고이러한 사기 저하는 그 당시 서비스 되던 다른 국가의 에오스 서비스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림 21 에오스 서비스 종료 공지


보상의 배분

많이 민감한 이야기 지만프로젝트의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이후에 개발자 개개인에게 주는 보상이 많이 약했다고 생각한다에오스가 오픈 1년 정도까지는 꾸준히 성과를 보여왔으나특별 보너스 형태로 1회성 인센티브가 지급된 부분을 제외하면 서비스 종료까지 특별히 인센티브를 제공 받지 못했고이는 한참 개발할 때 나왔던 약속들과 다소 다른 점이 있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개발팀은 성공적인 게임을 제작했음에도 더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더 게임을 잘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때로는 실패자 취급도 받아야 했고개발팀의 자존감과 의욕은 점점 깍여갔다.


현재의 재화를 현재와 미래 중에 어느 곳에 투자하는 가라는 부분은 회사의 고유 권한일 수 있으나개발자 입장에서는 고생에 대한 금전적심리적인 보상을 충분히 받지 못했고이는 프로젝트에 대한 의욕 저하와 일부 핵심 개발자의 퇴사로 이어졌다다소 많이 민감한 부분이지만이 부분이 정말 많이 아쉽고개발자의 한계라는 문제에 대해고심하게 되었다.


정리

개발후기 자료 수집 과정

포스트모텀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post-mortem의 목적
1. 
발생한 사건에 대한 재고(Reviewing the events that occurred)
2.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한 평가
(evaluate)
3. 
다음 사건 또는 프로젝트의 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올바른 행동 방향 결정


프로젝트 초기 부터 포스트모텀 제작을 감안하고 블로그에 비공개로 글을 써왔고개발후기의 많은 부분들이 이러한 글들과 자료를 기반으로 했으나한참 바쁠 때에는 포스팅을 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고 숨쉴틈 없는 나날의 연속이었기에 오픈전 3개월 전부터 오픈 후 약 3월 전까지는 따로 자료가 준비되어 있지 않고필자의 기억 및 소소한 메모 정도의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이전에 실크로드 포스트모텀을 쓸 때 기억에 의존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초기 부터 이러한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다.



 그림 22블로그에 저장된 포스트모텀용 비공개자료1(초기에는 프로젝트 노아가 정식 명칭이었다.)

 

그림 23블로그에 저장된 포스트모텀용 비공개자료2(프로젝트 진행 중 제안했던 스킬 시스템에 대한 제안)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점

에오스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한 가지의 것은 분명히 이야기 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개발은 힘들었지만항상 보람이 있었고지금껏 겪어온 것 중에 가장 훌륭한 프로젝트의 개발팀을 만났었다비단 기획팀 만이 아니라프로그램팀아트팀. QA팀은 지금껏 만나왔던 팀 중에 최고의 실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었고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면서 어려운 프로젝트를 서비스까지 잘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것은 없기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획팀 안에서도 불협화음이 있었고타 팀과도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프로젝트 전체 공정을 봤을 때이는 매우 크지는 않다고 생각하며항상 어떤 부분에서 bottle neck이 발생하면그 부분을 모든 팀이 모여서 협력하여 해결하곤 했다특히 오픈 2달전 초반 구역의 흐름을 좋게 하기 위해 기획아트프로그램, QA가 TFT를 만들어서 초반 구역의 흐름과 연출을 개선한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림 24초반 TFT로 초반 지역을 싹 뜯어고치면서 디아몬드’ 라는 보스 몬스터를 등장시켰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분들에게 하는 말

에오스 온라인은 필자가 경험했던 프로젝트 중가장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서 모두 열정을 불사르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로 남아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의 위기와 어려움이 항상 존재했지만때로는 PD님의 모두까기 스킬과 모두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로때로는 회의를 통한 훌륭한 협의로때로는 기획팀의 적절한 대안 제시로 위기를 잘 극복하고프로젝트를 오픈 시키고서비스를 유지 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통해 에오스에 참여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고저 역시 그 중 한 명의 일원으로 개발을 진행했다는 부분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이제 엔비어스라는 회사는 사실상 사라졌고개발자들은 뿔뿔히 흩어졌지만어디에서 어떤 게임을 개발하든그 들의 개발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림 25에오스 온라인 스탭롤



에오스를 개발했던 모든 분들이 행복했으면 합니다!!!

필자가 이전에 작성 했던 실크로드 개발 후기는 이 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gamediz/20115815699


출처 : https://blog.naver.com/gamediz/22119121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