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대학교 시절 프로그래밍을 전공하면서 게임 개발을 한 적이 있다. 아직 학생이었기에 게임 구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동료 기획자도 부족한 면이 많았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기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이 강연을 더욱 듣고 싶어 했는지 모르겠다. 아직 학교에서 열심히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강연. 이 강연을 못 듣는 후배들에게 기사로 강연의 내용을 전달해주고 싶었다.

이태성 개발자가 소개해주는 비전공자 출신 게임 기획자가 지망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하지만 전공자 출신이 들어도 유익한 강연. 이 강연 기사를 보는 후배들과 게임 기획자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강연의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기를 바란다.


■ 게임 기획자가 꿈이 된 사연, 고민, 행동 



▲ 강연에 나선 이태성 개발자


19일 판교 GBI 타워에서 열린 NDC 2015에서 '게임 기획자 지망생에게 들려주면 괜찮은 이야기'의 주제로 이태성 개발자가 강연에 나섰다.

강연자는 먼저 게임 기획자는 어떻게 되는지 인터넷에 물어보면 수십만 개의 웹 페이지가 나올 정도로 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질문과 답변이 많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때 나오는 대표적인 답변은 세 가지로, 첫 번째는 '아마추어 게임 제작 경험 을 해보라는 것'. 두 번째는 '게임 전문학교나 학원에 입학해 공부하는 것'. 마지막으로 'MOD 개발을 지원하는 게임의 MOD를 만들어 보라'는 것. 

이태성 개발자는 대표적인 답변 3가지와는 다르게 자신이 경험한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비전공자 입장에서 준비했던 계획적인 과정. 즉, 좀 더 다른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제가 기획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게임이 좋아서입니다. 즐긴 게임의 후속작도 만들어 보고 싶었고, 좋아했던 게임의 개발자와 일해보고 싶었어요. 이때 꿈을 결정짓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피터 몰리뉴의 게임 '블랙&화이트'이었습니다. 

어릴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이 게임을 하느라 저랑 놀아주지도 않더라고요. 같이 놀지도 못하고 구경은 재미없고. 근데 친구는 밤을 새는 걸 보면서 '도대체 왜 저렇게 할까?'라고 생각해서 저도 해봤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고, 수많은 다음 날이 지났죠. 그리고 친구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블랙&화이트'를 재미있게 즐기고 나서 강연자는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는 기획력에 있다고 믿음과 동시에 게임 기획자가 되기로 결심하게 됐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게임 기획자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중학생이 돼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무엇을 해야 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일단 게임을 열심히 했습니다.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해보고, 경험을 축적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 이후 게임 회사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게임 회사에 방문했습니다. 상상했던 모습에 비하면 건물은 낡고 개발자는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로비에서 나눈 대화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꿈을 계속 유지해준 중요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웠다. 가장 큰 목표는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 게임 회사에 지원하면 도움 될만한 경험들을 해보자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는 경쟁자가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국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위주로 대회 참여를 해서 입상을 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게임회사를 방문할 수 있었고, 선배 게임 개발자분들과 더 많은 소통과 만남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게임을 많이 해봤던 경험을 토대로 당시 게임 알파 테스터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게임 관련 일 간접 경험 및 추후 기획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진로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고3이 되어서는 게임 개발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 및 국내의 게임학과가 있는 대학교 진학을 고민했지만, 곧 포기했다.

"대학교에 가면 공부 4년에 군대 2년을 포함하면 최소 5~6년 후에 게임회사에 입사할 수 있어서 너무 길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내년 4월 안에 취직을 못 하면 군대에 가겠다고 설득했죠. 그때부터 기획서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게임 기획 관련 책을 찾아볼 수 없어, 김학규 대표님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게임 기획서를 작성해 게임 개발자 및 지망생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고쳐나갔습니다. 지원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했죠.

첫 번째로는 MMORPG를 만드는 회사를 목표로 했습니다. 장르를 고정한 이유는 간단했어요. 면접 시 답변을 가장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장르를 선택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공개 구인란에 이력서를 올리지 않고, 동시에 2개 이상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난 아무 곳이나 입사하고 싶다는 이미지를 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성했습니다. 서비스 중인 게임이 있다면 기본 포트폴리오와 해당 회사 게임에 대한 추가 아이디어까지 제공했어요." 


그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어떻게 하면 차별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고등학교 때 했던 프로게이머 같은 다양한 경험들을 작성한 것이 서류 및 면접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특히 블랙&화이트 에피소드에 면접관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차별화를 주면서 기준을 세웠다. 기획서 관련 포트폴리오는 총 3개를 넘지 말 것. 시스템, 콘텐츠, 레벨 디자인 기획서는 타입별로 3개씩 포트폴리오 용 기획서를 만들어 첨부했다. 

실제로 이력서를 보는 입장이 되었을 때, 기획서를 한 장만 보면 어떤 스타일이고,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바로 보이게 됐다며, 많은 포트폴리오를 첨부하더라도 그것을 보는 실무자는 구직자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조언했다.

"기획서만 포트폴리오가 아닙니다. 사실 저도 포트폴리오보단 '온라인 MMORPG 전투 시스템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 '지루하지 않은 게임 플레이 동선 개발 방법'등 같이 게임 기획에 대한 자기 생각을 문서로 표현한 것을 제출하면서 면접의 기회가 더 많이 생겼습니다.

신입 기획자로 자신을 어필할 때 좀 더 깊은 생각을 하는 지원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 주요했고 그 결과 4월 28일 게임회사에 입사에 성공해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 게임 기획자 데뷔 경험담과 기획 공부에 대한 조언 




2부에서는 자신이 게임 개발자가 되고 난 후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첫 출근 전날 자신에게 무엇을 시킬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밤을 새운 경험을 이야기해주면서, 회사는 신입이 걱정할 만한 것을 당장 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부분 신입 기획자가 첫 출근을 하면 개발 중이거나 서비스 중인 게임을 플레이해본 후, 게임에 대한 분석 및 피드백을 제출하라고 합니다. 우선 하라는 것을 열심히 했습니다. 근데 저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입 때 컴퓨터 공용 폴더에 있는 프로젝트의 모든 기획서를 찾아서 정독했습니다. '어떻게 기획서를 쓸까', '어떻게 출발했는지 궁금해서'였지만 결국 이 경험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업무 스타일을 익히는데 밑거름이 되었죠. 

또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탐독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나 그 외 커뮤니티를 찾아다니면서 유저들의 불만을 점검하고 기록해서 추후 개선 사항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는 데 있어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유저가 게임내에서 사용하는 은어를 익힐 수도 있습니다. 개발자들도 은어를 쓰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도움이 됩니다."
 

이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처음으로 기획서를 쓰게 되었고 다 쓴 후,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렇게 하면 될까?' '이게 맞는 걸까?' 결론적으로 강연자는 선배 개발자들도 신입 기획자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검토 후 돌아오는 피드백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경력, 신입을 떠나서 기획한 것에 대해서 누구나 회의를 하고 검토 후, 문제가 있으면 피드백을 하므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 기획서는 화려할수록 좋지 않습니다. 이해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이미지나 가공된 이미지를 첨부하되, 뭔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을 더 늘리는 것은 필요 없습니다.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서를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획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소개했다. 인터넷에 게임 기획자가 되려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질문할 때 'VBA', '프로그래밍 경험', '그래픽 툴 사용' 같은 답변이 나오지만, 게임 회사 구인란을 봐도 이러한 언급은 거의 없으며 있어도 VBA 정도라고 말했다. 

"VBA도 우대사항에 포함되어 있지 기본사항은 아닙니다. 테크니컬적인 요소도 좋습니다만, 열정과 기획에 대한 이해 그리고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을 많이 해보는 것과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다고 언급했다. 게임을 많이 해보면 얻는 이득으로는 디테일한 발상이 가능하게 된다고 소개했으며,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세부 표현력 및 설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여러 가지 게임이 모두 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도 서로 다르거나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게임을 많이 해봤다면 자신이 경험했던 대로 더욱 디테일한 기획을 할 수 있고, 또한 내용 전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장르에서 개발자들이 고민하고 투입한 시스템과 콘텐츠에 힌트가 있을 수 있으니 여러 장르의 게임을 해보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기획자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많이 읽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읽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행을 따르는 잡지에는 신선한 표현과 상품 기사를 볼 수 있으므로 아이템 소개 등 홍보를 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됩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경우 설정에 취약한 기획자들이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기획자로서 레벨업 하는 나만의 방법도 소개했다. 이태성 개발자는 게임 구인 사이트에 들어가서 회사가 우대하는 사항을 보면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이것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하거나, 개발자들의 SNS를 찾아본다고 말했다. 

"자신이 흠모하는 회사의 기획 직군을 모집할 때 '우대 사항'을 보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입니다. 이것을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되죠. 아 물론 회사에서 하면 이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분들의 SNS를 보면 요즘 고민하는 것들에 대한 것이 나오는데 그것들도 공부할 가치가 있습니다. 주로 새벽 대에 토론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세요"
라며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출처 :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32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