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게임기획자를 꿈꾸는 여러분이 아래 다섯 가지 유형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정말 큰 문제입니다. 제발 해당되지 않기를...


Case1. 행동은 없고 말만 앞서는 유형
지망생의 생각 ▶ 쓸데 없이 포트폴리오 같은 걸 꼭 만들어야 알겠냐, (취업만 시켜주면) 실력으로 보여주겠다!
채용 담당자의 생각 ▶ 당신의 뭘 믿고 채용을 해야 하죠?
채용 담당자의 생각 ▶ 포폴 만드는 노력조차도 안하는 사람이 과연 일은 열심히 하겠냐능
채용 담당자의 생각 ▶ 음... 자, 다음 지원자!

이 분야에서 아주 유명해지거나, 아니면 경력과 연차가 적절히 쌓이지 않는 한, 지망생이건 경력자건 포트폴리오는 취업의 필수조건입니다. 물론 신입 채용시 포폴을 제출해도 잘 보지 않는 채용 담당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일단 포트폴리오 제출을 필수조건으로 삼습니다. 왜냐하면, 포폴의 수준은 일단 제쳐두고라도 게임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그사람이 해온 노력이나 열정의 증거들이 포폴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포폴은 사람의 취향, 기획 능력, 업무 적합도 등을 사전에 파악하기에 아주 좋은 도구입니다. 



Case2. 현실에 무지한 자아도취형
지망생의 생각 ▶ 내 아이디어는 만들기만 하면 대박이다. WoW를 가뿐히 밟아줄 거다. 하지만 도용의 위험이 있으니 함부로 보여줄 수 없다. 
채용 담당자의 생각 ▶ ㅄ...
채용 담당자의 생각 ▶ 그럼 창업하세요.
채용 담당자의 생각 ▶ 음... 자, 다음 지원자!

요즘엔 이런 사람이 별로 안보이는듯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나타나긴 하는가 봅니다. 사실 이런 지망생들이 들고오는 딱 두가지 중 하나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것이거나 아니면 별로 특별한 것이 없거나... 물론 그 가운데에서 한 두개 쯤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는 것이고 정말 중요한 것은 막연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유저에게 통하는 아이디어를 내서 그것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기획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디어가 정말 대박이라고 끝까지 생각한다면 창업 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열심히 투자자를 찾아다니면 아마 그 아이디어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죠. 음 그런데 도용의 위험 떄문에 보여줄 수 없다니, 그건 유감입니다... 로또 1등 세번 정도 맞으셔서 창업 및 개발자금도 직접 조달하는 수 밖에요.



Case3.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유형
지망생의 생각 ▶ 아 포폴용 기획서는 써야 하는데, 할 건 많고... 아 언제 쓰지... (3년째 반복중)
채용 담당자의 생각 ▶ 게임 기획자가 되는 게 그다지 절실하지 않으시군요.
채용 담당자의 생각 ▶ 게임 기획자가 되는 걸 다음 생으로 미루세요.


다음번 생에서는 꼭 게임 기획자가 되시길 :)



Case4. 독불장군형
지망생의 생각 ▶ 나에 대한 비판은 허용하지 않겠다. 니들 따위가 감히 나에게 왈가왈부하다니!
채용 담당자의 생각 ▶ 근데 우리 회사에 왜 지원했어, 사장하지?
채용 담당자의 생각 ▶ 이거 벌써 쿨타임이 돌아왔나?

내가 다 옳다는 생각 자체가 큰 문제입니다. 설사 옳다고 해도, 극소수의 예외를 빼면 게임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할 수 없다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칠 수 있는 직업을 가지셔야 합니다. 

그리고, 현업 게임기획자가 되서 게임을 오픈시키면 수천 수만명의 유저에게 비판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거 아세요? 그런 비판 받을 기회도 없이 접히는 프로젝트가 비판이라도 받아보는 프로젝트에 비해 몇 배는 더 많다는 걸... 비판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현업에서는 나름대로 행복한 일이라는 걸... 지적이나 비판이 있는 것이 아예 아무런 관심도 못받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일입니다. 지망생일 때나 현업에 가서나 여러분이 가장 두려워 해야 할 것은 무관심이지 비판이나 지적이 아닙니다.



Case5. 삐뚤어진, 하지만 실력은 없는 혁명가형
지망생의 생각 ▶ 이따위 쓰레기 게임이나 만드는 우리나라 현역 기획자들은 모두 병신이다. (취업만 시켜주면) 내가 이 세계를 바꿔주마! 
채용 담당자의 생각 ▶ 비켜, 이 떡밥은 내꺼야!!!
채용 담당자의 생각 ▶ 너도 석 달째 야근하면 병신돼...
채용 담당자의 생각 ▶ 시밤, 호드를 위하여!!!

축구 선수를 꿈꾸는 당신은 모처럼 열린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관람합니다. 우리나라 공격수가 결정적인 찬스에서 공을 헛차는 바람에 득점에 실패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소리칩니다"아 병신들, 이래서 우리나라 축구는 안돼! 내가 차도 넣었겠다" 그리고 바로 위기가 찾아옵니다. 우리 수비수가 상대 선수를 놓쳐 골을 먹습니다. 당신은 또 화를 냅니다 "수비가 이렇게 뻥뻥 뚫리니 이길 수가 있나, 이러니 맨날 외국 애들한테 쪽도 못쓰지! 저걸 왜 못막아?" 하지만 말로는 모든 국가대표를 능가하고 브라질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당신에게 저 그라운드에서 뛰어볼 기회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왜냐, 아직 실력도 안 되면서 훈련은 게을리 하고 있으니까요... 장담하건데 당신 같은 사람 열 명이 와도 저 허접해보이는 선수 한 명을 못 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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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약 2년 동안 학원과 대학에서 게임 기획자 지망생들을 가르쳐봤습니다. 저를 거쳐간 기획 지망생만 백 명은 족히 넘겠군요. 그 경험을 토대로 위와 같은 다섯 가지 유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교육기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유형은 3번과 4번입니다. 그래도 학원이나 대학에서는 이래저래 업계의 현실을 알려주기 때문에 1, 2, 5번 유형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간혹 있긴 하지만 그런 친구들은 결국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더군요.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2번과 5번 유형이 많습니다. 아직 업계의 현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나쁜 유형은 3번입니다. 이런 친구들은 다른 직업으로 옮기지도 않고 몇 년을 허송세월 하다가 나이만 먹습니다. 그럼 기획자가 되기도 더 힘들어지고 다른 직업으로 바꾸기도 늦어지는 거죠. 이런 유형이 가진 진짜 문제는 무기력증에 빠진다는 점입니다.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니 의욕조차 없는 사람이 돼버리기 때문에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형입니다.

여러분이 위 다섯 가지 유형 중 하나라도 해당 된다면, 빨리 그것을 고쳐야 합니다. 설사 게임기획자의 꿈을 접고 다른 길로 간다고 해도 저런 습성이 계속 남아 있으면 어딜 가서도 환영받기는 어렵다는 사실도 명심하세요. May the force be with you...



출처 : http://sstorm.egloos.com/5435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