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정이 있다는 착각을 버려라
기획 지망생들이 구직을 할때 보면 대부분 열정을 내세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열정이 게임 기획에 대한 열정인지 게임 플레이에 대한 열정인지 구분을 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게임기획에 대한 열정이 그렇게 많으면 왜 기획서 하나 제대로 완성한 게 없는 것일까? 퀄리티는 제쳐두고라도 열정이 있다면 분명 양이라도 많아야 한다. 하지만 기획서를 잘 쓰는 지망생보다 기획서를 많이 써놓은 지망생을 찾기가 더 어렵다. 

열정(熱情)이란 단어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라고 써있다. 즉 자신이 게임기획에 열정이 있다면, 게임기획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써놓은 기획서가 고작 몇 장 뿐이거나 그마저도 없다면, 그건 열정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열정이 있다는 착각을 버려라. 그리고 열정이 있다고 주장하기 전에 그 열정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증거를 만들어라. - 실력과 열정은 포트폴리오로 증명한다 - 그게 하기 싫다면 당신은 게임기획에 열정이 없는 것이다.


2. '시켜만 주시면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버려라
현업에서 게임기획자가 된다는 것은 프로가 된다는 뜻이다. 세상에 어떤 프로가 시켜만 주시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말하던가? 보통 이 말 앞에는 '잘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이 생략되어 있기에 이런 말을 하는 지망생은 대개 이런 타입이다. 딱히 직업으로 삼을 만한 일은 없고, 게임 하는 걸 좋아하니까 게임 개발사에 들어가면 게임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데, 개발 파트 중에 기획자가 제일 만만하게 보일 뿐이고, 기획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아무 것도 없을 뿐이고...

정말로 현업에서 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시켜만 주시면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버려야 한다. 지망생이니까 잘하는 게 없는 건 당연하겠지만, 적어도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자신이 얼마나 고민과 노력과 준비를 했다는 사실 정도는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즉, '잘 하는 건 없지만 시켜만 주시면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겠습니다'가 아니라, '게임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이런 것을 준비했고 이런 것을 할 줄 압니다. 신입이기 때문에 미숙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정상이다.


3. '내가 게임기획에 재능이 있나요?'라는 의문을 버려라

요즘엔 뜸하지만 작년엔 이런 경우가 많았다. 대뜸 나를 메신저에 등록해서 말을 걸더니 자기가 쓴 기획서를 보고 자기가 재능이 있는지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열 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간단한 컨셉 기획서만을 가지고 그 사람의 재능을 완벽하게 평가하는 건 당연히 무리다. 더우기 지망생들은 조금만 뭔가를 새롭게 배우거나 깨우쳐도 확 달라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몇 년 전에 내가 게임 시나리오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하던 시기에 읽었던 영화 시나리오 작가 심 산의 시나리오 작법서에 이런 일화가 나온다. 저자가 대학 재학중에 사진 촬영에 심취해서 나름데로 열심히 습작을 찍어가지고는 그 중에 자기가 판단하기에 괜찮은 것들만 몇 장 골라서 사진을 전공한 교수한테 보여주며 '제가 사진에 재능이 있습니까?'라고 여쭈었다. 그때 그 교수의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내가 평가할 것도 없이 자네가 필름 3천롤 정도만 찍어보면 스스로 알 수 있게 될 걸세...'

자신이 재능이 있는지 여부는 누군가가 쉽게 판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해봐야 별 의미도 없다. 정말 궁금하다면 위의 일화와 같이 게임기획을 열심히 해보는 수밖에 없다. 기획서 3천장까지는 무리더라도 3백장 정도만 써봐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지망생 가운데에서 30장이라도 제대로 써본 사람이 몇 이나 될지 의문이다. 그 정도도 해보지 않고 재능이 있냐 없냐 의문을 가지는 건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내가 게임기획에 재능이 있나요? 라는 의문을 버려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일단 들이대라. 잘하고 못하고는 그다음 문제다.


4. 자신이 게임을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을 버려라

의외로 많은 지망생들이 자기가 게임을 굉장히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정확히 말하면, 자기가 많이 해본 게임에 대해서만 많이 알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러한 지식도 게임기획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해본 게임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것과 게임기획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면 이렇다. WoW에서 전직업 만렙 캐릭을 가지고 있고 최상위 레이드팀에서 주축 멤버라고 하면 분명 WoW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 WoW 같은 MMORPG의 기획을 잘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현업에서는 이런 사람보다는 오히려 만렙 캐릭 같은 건 없더라도, 게임 시스템의 매커니즘을 분석해서 정리해보았거나(일종의 역기획) 각종 전투공식과 파라미터를 엑셀에 넣고 돌려본 사람을 더 선호한다. 물론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 후자까지 해당된다면 금상첨화다.

유저로서 게임을 잘하는 것과 게임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게임기획을 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게임을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을 버려라.게임기획자가 되려고 한다면, 즐기기 위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더라도 그 게임에서 배울 점을 찾고 분석해야 한다.


5. 좋아하는 (소수의) 게임만 하는 습성을 버려라
여러분이 단지 게임을 즐기기만 하는 유저로 남을 것이라면 좋아하는 게임만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게임기획자가 될 생각이라면 자기가 좋아하는 소수의 게임만 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다양한 게임을 접해보라. 특히 대중적으로 성공한 게임이나 개발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게임들은 될수록 많이 플레이해봐야 한다. 플랫폼을 편식하는 것도 좋지 않다. PC MMORPG 기획자를 희망한다고 해서 콘솔 FPS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식이면 곤란하다. 음식을 편식하면 영양 불균형이 생겨 건강이 이상이 올 수 있듯이 게임기획자가 특정한 몇몇 게임만 하면 결국 그 소수의 게임에서 본 것만 답습할 수 밖에 없다.

좋아하는 (소수의) 게임만 하는 습성을 버려라. 현업 개발자가 되면 시간적 여유가 더 없다. 지망생일 때 가능한 다양한 게임을 접해보라.

출처 : http://sstorm.egloos.com/4973291